AI에게 일을 맡기기 전에 먼저 정리해야 했던 질문들
AI에게 일을 맡기기 전에 먼저 정리해야 했던 질문들
AI툴을 처음 사용할 때는 기대가 컸다. 어떤 질문을 던지든 그럴듯한 답을 내놓았고, 그 모습만 보면 마치 일을 대신해 줄 것처럼 느껴졌다.
짧은 문장에도 구조가 갖춰진 답변이 나오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관점까지 덧붙여지는 경험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제는 생각을 덜 해도 되겠구나”라는 기대가 생겼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니, AI가 일을 잘하느냐보다 내가 무엇을 맡기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느냐가 훨씬 중요했다.
AI에게 바로 요청했을 때 생겼던 문제
처음에는 프롬프트를 길게 쓰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상황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면 AI가 더 정확하게 이해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래서 배경 설명을 늘리고, 조건을 하나씩 추가하고, 혹시 오해할까 봐 같은 말을 다른 표현으로 반복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성의 있는 요청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생각과 달랐다. 답변은 길어졌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방향과는 조금씩 어긋나 있었다. 정보는 많았지만 바로 쓰기에는 애매한 상태였다.
문제가 프롬프트가 아니라 질문이라는 걸 깨닫다
여러 번의 시도를 거치며 프롬프트를 아무리 고쳐도 비슷한 결과가 반복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때 처음으로 “문제는 프롬프트가 아닐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니 프롬프트의 문장은 바뀌고 있었지만, 내가 던지고 있는 질문 자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질문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표현만 바꾸고 있었던 셈이다.
AI는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고 있었지만, 그 질문이 모호하면 답변 역시 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프롬프트를 쓰기 전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이후로는 프롬프트를 수정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 지금 내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인가
- 이 결과물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
- 이 작업을 사람이 한다면 어떤 순서로 할까
이 질문들은 단순해 보였지만, 막상 답하려고 하면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 자체가 아직 요청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질문을 정리하자 프롬프트가 달라지다
이 질문들에 답을 적어 내려간 뒤에 프롬프트를 작성하면 문장이 자연스럽게 짧아졌다.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줄어들었고, 요청의 중심이 분명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짧아진 프롬프트가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방향이 크게 어긋나는 일은 줄어들었다.
프롬프트는 명령이 아니라 설계에 가깝다
이 과정을 거치며 프롬프트를 쓰는 행위는 AI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라기보다 작업을 설계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계가 불명확하면 아무리 성능이 좋은 도구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AI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AI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다
이후로는 AI툴을 사용할 때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보다 “이걸로 무엇을 명확히 시킬 수 있을까” 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프롬프트는 기술이 아니라 사고를 정리하는 도구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질문이 정리되면 도구는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라왔다.
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
이 블로그는 완성된 프롬프트를 모아두는 공간이 아니다. AI툴을 사용하며 겪은 시행착오와 생각의 변화를 기록하는 공간이다.
같은 도구를 쓰더라도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계속해서 남겨두고 싶었다.
마무리하며
AI툴은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정리한 질문을 그대로 비춘다. 질문이 흐릿하면 결과도 흐릿해지고, 질문이 또렷하면 결과도 또렷해진다.
앞으로도 이 공간에는 AI툴과 프롬프트를 사용하며 겪은 생각과 실험의 기록을 차분히 남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