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과 시작한 미국 한 두 달 살기, 어느새 9번째
처음 아이 둘을 데리고 미국에 왔을 때 첫째는 4살, 둘째는 14개월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나이의 아이 둘을 데리고 샌프란시스코까지 10시간 넘는 비행을 했다는 사실이 조금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당시에는 여행이라기보다 친정에 기대어 조금 쉬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큰언니가 먼저 미국에 자리를 잡았고 이후 부모님을 초청하면서 자연스럽게 친정이 미국이 되었습니다. 작은 아이가 생후 6개월쯤 되었을 때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게 되었는데, 그 시기에 저는 육아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그래서 첫 미국 방문은 '아이들과 미국을 경험해 보자'는 계획보다 친정에서 조금이라도 쉬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첫 미국행은 여행보다 이동 자체가 하나의 큰 일이었습니다
첫째가 4살, 둘째가 14개월이었으니 챙겨야 할 짐도 많았습니다.
- 두 아이가 함께 탈 수 있는 유모차
- 둘째 분유
- 기저귀
- 이유식
- 아이들 여벌 옷
- 기내에서 필요한 간식과 생활용품
특히 두 아이를 태울 수 있는 유모차는 공항에서 게이트까지 사용하고 비행기 탑승 직전에 맡기는 방식으로 이용했습니다.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공항 안을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그 유모차가 없었다면 훨씬 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기를 바라며 밤 비행기를 선택했고 좌석도 비즈니스석으로 예약했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계획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첫째가 잠들면 둘째가 깨어 있고, 둘째가 잠들면 첫째가 깨는 식으로 두 아이가 번갈아가며 잠을 잤습니다. 덕분에 저는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동안 거의 10시간을 뜬눈으로 보냈습니다.
착륙을 두 시간 정도 남겨두고서야 두 아이가 처음으로 동시에 잠들었습니다.
그때서야 처음 헤드폰을 꺼내 귀에 썼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무엇을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드디어 두 손이 잠시 비었다는 안도감은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한 번 오면 한 달 반에서 길게는 88일 정도 머물렀습니다
첫 방문에서는 약 88일 정도 미국에 머물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이후에도 한 번 미국에 오면 짧게 여행하고 돌아가기보다는 한 달 반 정도, 길게는 첫 방문처럼 두 달을 훌쩍 넘기는 일정으로 생활했습니다.
호텔을 옮겨 다니며 관광하는 여행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친정집에서 지내며 장을 보고, 아이들과 공원에 가고, 도서관을 이용하고, 현지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큰언니 부부가 미국에서 먼저 생활 기반을 만들어 둔 덕분에 저와 아이들은 비교적 마음 편하게 미국 생활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방학마다 미국에 오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는 미국 방문 시기도 자연스럽게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맞추게 되었습니다.
처음 몇 번은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미국 가?"
그런데 방문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이번에는 언제 출국해?"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저도 조금 웃게 됩니다. 특별한 계획처럼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우리 가족의 방학 루틴처럼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미국에서 얻는 것도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미국에서 지내는 시간이 영어에 어떤 영향을 줄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한국에서 파닉스를 먼저 배우는 또래들과 다른 순서로 영어를 접하는 것이 괜찮은지 걱정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면서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말하지 못하더라도 영어를 듣는 것에 익숙해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 문장을 따라 하고 직접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문자를 먼저 배우기보다 영어 소리를 많이 듣고 귀가 먼저 익숙해진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꽤 큰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아이에게 같은 방식으로 적용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나타난 변화일 뿐이고, 영어를 배우는 방식과 속도는 아이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미국은 이제 특별한 여행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재미있는 점도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보내는 방학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요즘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도 친구들처럼 베트남이나 일본 가면 안 돼?"
아이들 입장에서는 미국이 더 이상 특별한 해외여행지가 아니라 방학이면 가는 친정집 같은 장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 블로그에는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는 일반적인 미국 여행 정보보다, 아이들과 미국에서 실제로 생활하면서 겪은 경험을 더 많이 기록하려고 합니다.
이 블로그에 앞으로 기록하려는 것
미국에 처음 아이를 데리고 왔을 때는 사소한 것 하나도 궁금했습니다.
- 아이 ESTA는 부모가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 MPC는 아이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지
- 장거리 비행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 미국 유치원이나 썸머캠프는 어떻게 이용하는지
- 플레이데이트에 초대받으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 미국 아이 생일파티와 슬립오버는 한국과 무엇이 다른지
- 박물관이나 과학관 회원권은 장기체류 가족에게 유용한지
- 아이들과 미국 국내여행을 할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검색으로 기본 정보는 찾을 수 있었지만 실제 아이를 데리고 움직일 때 필요한 세세한 경험은 쉽게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제가 아이들과 여러 번 미국을 오가며 직접 겪은 것, 처음에는 몰랐던 것, 다시 한다면 다르게 할 것들을 하나씩 기록하려고 합니다.
어쩌다 보니 친정이 미국이 되었고, 어쩌다 보니 아이들과 미국을 오간 횟수도 어느새 9번을 넘었습니다.
처음 아이 둘을 데리고 비행기에 올라 10시간 동안 한숨도 자지 못했던 그날에는 이렇게 여러 번 미국을 오가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과 미국에서 생활하거나 여행을 준비하는 부모에게 앞으로 기록할 경험들이 조금이라도 실제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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