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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미국 생활

아이 둘 데리고 미국을 9번 오가니, 여행이 아니라 생활이 되었다

by 두아이맘 2026. 8. 23.

아이 둘 데리고 미국을 9번 오가니, 여행이 아니라 생활이 되었다

아이들과 미국을 처음 찾았을 때와 지금은 마음가짐부터 많이 달라졌습니다.

첫 방문은 솔직히 말하면 여행보다 육아 도피에 가까웠습니다.

당시 조카가 우리 둘째보다 불과 5개월 늦게 태어나 아이들을 함께 돌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친정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하루하루를 보내던 시기였으니 미국 관광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음보다 가족들과 같이 아이를 키우며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우당탕탕 첫 방문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큰아이가 한국 나이로 6살, 둘째가 4살이 되었을 때 다시 미국에 왔습니다.

두 번째부터는 조금 달랐습니다.

미국에 여행을 왔다기보다 한동안 사는 것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미국을 오간 것이 어느새 아홉 번 정도가 되었습니다.

거북이 구경
첫째가 이렇게 어릴 때 아이 둘 데리고 첫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첫 방문은 육아 도피, 두 번째부터는 생활이었다

처음에는 친정 식구들과 함께 아이를 돌보며 지내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비슷한 또래의 조카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공동육아가 되었고, 친정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는 시간도 저에게는 휴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방문부터는 미국에서 지내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면서 여행이 아니라 정말 생활이 되었습니다.

아이들 밥을 직접 해 먹이고 빨래하고 장을 봤습니다.

한국에서 하던 일을 미국에서도 똑같이 했습니다.

집만 바뀌었을 뿐 엄마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호텔이 아니라 가족의 집에서 지내기 때문에 숙박비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장기간 머무는 데 큰 장점이었습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용할 수 있고 아이들이 먹는 음식도 직접 만들어 먹일 수 있으니 생활하기도 편했습니다.

대신 오래 머무르면 여행에서 쓰는 돈보다 일상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집니다.

장을 보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고, 캠프나 놀이 활동을 하고, 교외로 나간 날에는 외식을 합니다.

짧은 여행에서 쓰는 돈과는 종류가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미국에 오면 어디를 가야 할지 찾아봤다면 이제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내일 아이들 캠프가 몇 시에 시작하는지, 도서관 책은 언제 반납해야 하는지를 생각합니다.

그 변화가 저에게는 여행과 생활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였습니다.

아홉 번 오가니 유명 관광지를 찾지 않게 되었다

여러 번 오가면서 유명한 관광지는 자연스럽게 하나씩 가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미국에 왔다고 일부러 매일 관광 일정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주말에 하루를 온전히 쓸 수 있으면 샌프란시스코나 산타크루즈, 몬터레이처럼 조금 멀리 나가기도 하고, 여름에는 타호나 LA로 여행을 가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아무 계획 없이 집 근처에서 하루를 보내는 날도 많습니다.

아이들은 공원에 가고, 수영장에 가고, 영화를 보고, 볼링이나 미니골프를 하기도 합니다.

집에서 보내는 저녁에는 가족끼리 무비나잇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미국에서 좋아하는 일을 물어보면 의외로 유명 관광지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잔뜩 받았던 일, 집에서 가족들과 영화를 봤던 일, 가드가 설치된 볼링장에서 볼링을 쳤던 일, 미니골프를 했던 일처럼 일상에서 재미있었던 순간들을 이야기합니다.

한국에서는 학교와 학원, 숙제 같은 평일 루틴이 있다 보니 가족이 일주일에 두세 번씩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관광을 하지 않는 날에 한국에서 하지 못했던 여유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미국은 유명한 장소를 보러 가는 여행지라기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생활이 있는 또 하나의 익숙한 장소가 된 것 같습니다.

공원에서 뛰놀기
기후가 안정적인 캘리포니아에서의 생활은 아이들도 나도 참 좋은 기억에 남는다.

영어를 공부하러 간 것은 아니지만 영어가 생활이 되었다

장기간 미국을 오가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얻은 것 중 하나는 영어를 실제 생활에서 듣고 사용해본 경험입니다.

처음부터 영어를 배우기 위해 미국에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는 영어를 거의 알아듣지 못했고, 유치원에 다닐 때도 필요한 순간에는 한국어로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조금 더 커서 썸머캠프에 갔을 때는 선생님이나 친구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답답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간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영어를 듣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고, 정확한 문장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말을 직접 해보게 되었습니다.

마트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이야기하고, 캠프에서는 친구들과 놀고, 영화관에서는 영어로 영화를 봅니다.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비슷한 영어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영어유치원이나 여러 영어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가정도 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는 방학마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그런 실제 언어 환경을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물론 몇 달 미국에 머문다고 영어가 갑자기 유창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에게 더 중요한 변화는 아이들이 영어를 시험 문제 속 과목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틀리더라도 누군가와 이야기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라는 것을 몸으로 경험했다는 것,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방학마다 고민이 생겼다

기회가 된다면 저는 앞으로도 방학마다 아이들과 미국에 오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고민도 생겼습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입니다.

어릴 때는 방학이면 비교적 편하게 미국행을 결정할 수 있었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한국에서의 공부와 학원 일정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방학 동안 한국에서 다음 학기 공부를 준비하는 것이 나을지, 지금처럼 미국에서 몇 주를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 더 좋을지 매번 고민합니다.

앞으로 중학생이 되면 고민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한국에 있을 때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에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엄마가 옆에서 계속 시켜야만 공부할 수 있는 상태라면 방학마다 긴 시간을 미국에서 보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아이들이 해야 할 공부를 스스로 계획하고 이어갈 수 있다면 장소가 달라져도 어느 정도 자신의 학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담임선생님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습니다.

이미 성인이 된 자녀를 키우신 선생님이셨는데, 우리 가족의 상황을 들으시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중학교 2학년 정도까지는 방학을 이용해 계속 다녀와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교육 방법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아이들이 이런 환경을 반복해서 경험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좋은 기회인 것 같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학년과 성향, 공부 상황은 계속 달라질 것이고 우리 가족도 그때마다 다시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선택할 수 있는 동안에는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기도 합니다.

좋은 것만 있는 장기체류는 아니었다

미국에서 가족과 오래 지내는 것이 항상 편하고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여러 사람이 한집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면 서로 생활 방식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과 조카가 매일 함께 지내다 보면 사이좋게 놀다가도 싸웁니다.

아이들끼리 싸운 일이 어른들의 마음까지 불편하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각자 생활 리듬도 다르기 때문에 오랜 기간 함께 사는 만큼 서로 이해하고 양보해야 하는 부분도 생깁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힘든 것을 하나 꼽으라면 한국에 있는 남편이 보고 싶은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가족 한 사람이 한국에 있으니 문득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시간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가족입니다.

한국에서 살다 보면 가까운 친구나 지인뿐 아니라 친정 가족과도 몇 달씩 한집에서 생활할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미국에 친정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일 년에 두 번씩 만나고, 모두 합하면 몇 달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사촌과 함께 자라고 저는 언니와 친정엄마와 일상을 나눕니다.

여행지에서 며칠 만나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 함께 밥을 먹고, 장을 보고,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저녁을 먹는 생활을 함께합니다.

저에게는 그 평범한 시간이 미국에 계속 오고 싶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놀이터에서 놀기
이제 놀이터는 아가들 노는 곳이라며 훌쩍 큰 아이들

아이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것은 더 넓은 세상이다

첫 미국 방문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납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처음 입국심사를 받을 때 저는 정말 긴장했습니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챙기다가 아이 여권 하나를 유모차 짐칸에 떨어뜨렸고, 순간 여권을 잃어버린 줄 알고 혼비백산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때의 저에게 지금의 제가 한마디 해줄 수 있다면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여기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야. 너무 겁먹지 않아도 돼.

아이들과 다니다 보면 먼저 도와주는 사람도 있었고 어린아이들에게 관대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오가던 것이 어느새 아홉 번 정도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미국에서 유치원도 경험했고 썸머캠프도 다녔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공원에서 놀고, 영화관에 가고,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고,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산타가 두고 간 선물을 찾았습니다.

타호로 가는 긴 차 안에서는 가족끼리 끝말잇기를 했고, 영어가 잘 나오지 않던 시기에도 친구들과 놀기 위해 어떻게든 말을 해봤습니다.

아이들이 이 모든 일을 평생 하나하나 기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 시간들이 아이들 마음속 어딘가에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의 강한 기억과 경험이 이후의 삶에도 오래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를 흔히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그런 기억 중 하나였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교와 학원, 성적과 입시를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학 입시라는 목표가 아이들의 10대에서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아 안쓰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그 길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국 밖에는 훨씬 넓은 세상이 있고, 꼭 한국에서만 대학을 다녀야 하는 것도 아니며,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거나 직업을 갖고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영어 역시 시험을 보기 위해 파고들어야 하는 과목이기 전에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될 수 있게 해주는 언어라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저는 앞으로도 방학마다 아이들과 미국을 오가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지금처럼 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릅니다.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지면 어느 해에는 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다른 선택을 원하는 날도 올 것입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아홉 번을 오가며 아이들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미국에서 어디를 갔고 무엇을 먹었는지 모두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대신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넓다는 것, 영어는 시험지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원한다면 익숙한 곳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도 배우고 친구를 만들고 살아갈 수 있다는 감각만은 마음속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홉 번의 미국 방문이 아이들의 영어 점수 몇 점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넓은 세상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마음의 자양분으로 남는다면, 우리 가족이 함께 보낸 이 시간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아이들과 미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장기간 가족과 함께 생활했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아이의 교육과 방학 활용에 대한 판단은 가정의 상황, 아이의 성향과 학습 단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특정 교육 방식이나 해외 체류를 권하는 내용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