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이와 미국 생활

아이와 보내는 미국 크리스마스, 12월 24일부터 시작되는 우리 가족의 겨울

by 두아이맘 2026. 8. 15.

아이와 보내는 미국 크리스마스, 12월 24일부터 시작되는 우리 가족의 겨울

아이들과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것도 어느덧 다섯 번 정도 된 것 같습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는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12월 24일에 맞춰 미국에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출발해 미국에 도착하면 시차 때문에 다시 12월 24일입니다.

아이들에게는 그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시작하고 비행기를 타고 와서 다시 미국의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는 셈이니까요.

그리고 그날 밤 미국 산타를 기다립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크리스마스는 좋아했지만 미국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조금 달랐습니다. 진짜 나무로 만든 트리가 한 달 전부터 거실에 있고, 동네 집마다 전구와 장식이 가득하고, 산타에게 편지를 쓰고 우유와 쿠키를 준비합니다.

아이들은 이제 한국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보다 미국 크리스마스가 더 좋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어보면 꽤 현실적입니다. 선물을 더 다양하게,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미국 산타가 더 좋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다섯 번 정도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느낀 것은 이곳의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 하루의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집을 꾸미고 트리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크리스마스 아침까지 몇 주 동안 이어지는 하나의 시즌처럼 느껴집니다.

미국 산타가 두고 간 크리스마스 선물
크기와 갯수가 한국과 달라서 미국 산타가 더 좋다는 아이들

한 달 전부터 집에 진짜 나무 트리가 들어온다

미국 친정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때 제가 특히 좋아하는 것이 진짜 나무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입니다.

우리가 12월 24일에 도착하기 때문에 트리는 이미 한참 전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형부가 크리스마스 한 달 전쯤 진짜 나무를 사와 거실에 세워두고 계속 물을 주면서 관리합니다.

처음에는 생나무를 집 안에 한두 달씩 둔다는 것이 조금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면 느껴지는 나무 향이 정말 좋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싱그러운 나무 향에 시트러스 계열처럼 상쾌한 향이 섞인 느낌입니다.

물을 잘 챙겨주면서 관리하면 크리스마스가 지나도 한동안 나무가 싱싱하게 유지됩니다. 우리 집에서는 1월 말까지도 트리를 두었던 적이 있어 체감상 거의 두 달 동안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기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더라도 조화 트리를 사용하는 모습을 더 많이 봤기 때문에 저에게는 진짜 나무의 향까지 크리스마스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트리가 있는 풍경 자체가 이제 미국 외갓집의 겨울 모습이 되었습니다.

저녁에는 동네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이 동네 집 구경입니다.

이곳에서는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처럼 집을 꾸미는 시즌이 오면 정말 열심히 장식하는 집들이 있습니다.

지붕과 창문을 따라 전구를 달아놓는 집도 있고, 마당 전체를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채운 집도 있습니다. 같은 동네에 있어도 집마다 꾸미는 방식이 전부 달라서 저녁에 차를 타고 천천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습니다.

한번은 베이 에어리어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유명한 주택가를 일부러 찾아가 차로 둘러본 적도 있습니다.

한두 집만 꾸며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 집이 저마다 특색 있게 조명과 장식을 해놓아서 아이들이 창밖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어딘가를 예약하고 입장료를 내야 하는 특별한 관광지가 아니어도 동네를 돌아보는 것 자체가 겨울 저녁의 작은 일정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알게 된 재미였습니다.

크리스마스 테마로 장식한 집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미국의 집 데코

산타에게 편지를 쓰고 우유와 쿠키를 준비한다

아이들이 조금 크면서 크리스마스이브에 하는 일도 하나둘 늘었습니다.

산타에게 직접 카드를 쓰고 거실에는 산타가 먹고 갈 우유 한 잔과 쿠키를 준비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오레오 쿠키를 하나 올려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면 우유는 줄어 있고 쿠키에는 누군가 베어 먹은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것은 아주 중요한 증거입니다. 밤사이 산타가 정말 우리 집에 다녀갔다는 것입니다.

트리 주변에는 크리스마스 양말인 스타킹도 걸어놓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가족끼리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것도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산타에게 받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선물의 종류도 많아졌습니다. 요즘은 아이들 산타 선물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서 어른들끼리 주고받는 선물은 자연스럽게 줄었습니다.

아이들은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을 특히 좋아합니다.

한국에서도 산타 선물을 받지만 미국에서는 외가 식구들과 함께 있고 트리 아래에 놓인 선물도 많다 보니 아이들에게는 미국 크리스마스가 훨씬 풍성하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결국 "미국 산타가 더 좋아"라는 말까지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웃음이 나지만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의 중요한 부분이 선물이라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는 오히려 집에서 조용히 보내는 편이다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이브가 매번 화려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 조용하게 집에서 보냅니다.

우리가 미국에 도착하는 날이 12월 24일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약 10시간의 비행을 하고 도착하면 아이들도 어른들도 시차에 적응해야 합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이브에 무리해서 외출 일정을 잡기보다는 가족들과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입니다.

해마다 보내는 방법도 조금씩 다릅니다. 가족들과 케이크를 하나 사서 나눠 먹기도 하고, 컨디션이 괜찮으면 레스토랑을 예약해 점심을 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크리스마스이브의 마지막은 비슷합니다.

아이들이 산타에게 카드를 쓰고 우유와 쿠키를 준비합니다. 양말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면서 다음 날 아침을 기다립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긴 비행 때문에 몸은 피곤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그날부터 미국 크리스마스가 시작됩니다.

크리스마스 아침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평소에는 깨워도 일어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다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찍 일어납니다.

아이들이 모두 깨어나면 함께 1층 거실로 내려갑니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은 트리 주변에 놓인 각자의 선물을 찾는 일입니다.

이름을 확인하고 자기 선물을 한곳에 모은 뒤 사진도 찍습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포장을 하나씩 뜯기 시작합니다.

선물 포장지가 거실에 가득 쌓이고 아이들은 서로 받은 것을 보여주느라 바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준비할 때 힘들었던 기억이 잠시 사라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다섯 번 정도 보내면서 아이들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어릴 때는 트리와 선물을 보고 좋아했다면 이제는 직접 산타에게 카드를 쓰고 우유와 쿠키를 준비합니다. 집마다 다른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겨울 추억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미국 크리스마스 하면 화려한 장식과 많은 선물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보내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가족들이 같은 집에 모여 있다는 것입니다.

한 달 전부터 준비해둔 진짜 나무에서 향이 나고, 아이들이 쓴 산타 카드가 놓여 있고, 다음 날 아침이면 모두 일찍 일어나 거실로 내려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에게 미국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 하루라기보다 겨울방학에 미국 외갓집에 도착하면서 시작되는 하나의 긴 가족 행사에 가깝습니다.

아이들이 언젠가 산타를 기다리지 않는 나이가 되더라도 크리스마스 아침에 함께 계단을 내려와 선물을 뜯던 이 시간은 오래 기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 글은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약 다섯 번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식은 지역과 가정의 문화, 종교적 배경 등에 따라 다양하며, 이 글의 내용은 미국의 모든 가정에 공통되는 방식이 아닌 우리 가족의 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