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두 달, 아이들과 보내는 방학의 실제 루틴
아이들과 미국에 한 번 오면 짧게는 한 달 반, 길게는 두 달 이상 머무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장기간 미국에 있으면 매일 새로운 곳에 놀러 다닐 것 같지만 실제 생활은 조금 다릅니다.
한두 달을 매일 여행하듯 보낼 수는 없습니다. 밥을 먹고, 빨래를 하고, 아이들은 공부도 해야 하고, 저는 장도 봐야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한 뒤부터는 방학 동안 미국에 와도 한국에서 하던 공부를 완전히 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그대로 가져오려고 하면 아이들과 계속 부딪히게 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미국에 오는 것은 엄마가 생각하는 '장기체류'가 아니라 그냥 방학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보내면서 우리 가족도 조금씩 방법을 찾았습니다.
여름에는 썸머캠프를 중심으로 하루를 만들고, 겨울에는 도서관을 중심으로 조금 느슨하게 생활합니다. 공부는 매일 완벽하게 해내는 것보다 할 수 있는 만큼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바뀌었습니다.

여름방학은 썸머캠프 때문에 생각보다 바쁘다
여름에 미국에 오면 우리 아이들의 평일은 썸머캠프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종일 캠프를 신청한 날에는 오전 9시까지 체크인을 하고 오후 3시나 4시쯤 캠프가 끝납니다.
아침에는 한식이나 시리얼처럼 간단하게라도 먹이고 보냅니다. 캠프에서 먹을 간식과 점심도 챙깁니다.
캠프에서 하루 종일 활동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우선 간단하게 간식을 먹습니다.
그다음 바로 많은 공부를 시키지는 않습니다.
수학 연산 문제를 조금 풀거나 영어책을 읽고 듣는 활동 등을 합쳐 대략 한 시간 정도 하는 것이 1차 숙제입니다.
이후 샤워하고 저녁을 먹습니다.
저녁 이후에는 아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다음 학기 내용을 조금 예습하거나 원하는 책을 읽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생각보다 시간이 없습니다.
미국까지 왔으니 평일에도 매일 놀러 다닐 것 같지만 종일 캠프를 하는 주에는 캠프와 기본적인 공부, 식사만 해도 하루가 거의 끝납니다.
아이들이 캠프에 가면 엄마의 일과가 시작된다
아이들을 오전 9시에 캠프에 데려다준다고 해서 저에게 자유시간이 통째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없는 시간이 제가 해야 할 일을 처리하기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저는 아이들을 캠프에 보내고 운동을 합니다.
장을 보기도 하고, 도서관에 들러 다 읽은 책을 반납하고 새로운 책을 빌려오기도 합니다.
한두 달 생활하다 보면 관광객처럼 필요한 것을 한꺼번에 준비해서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처럼 장보기, 도서관, 운동 같은 일상이 생깁니다.
특히 아이들이 영어책을 많이 읽기 시작하면서 도서관 방문도 제 일과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캠프에 있는 동안 책을 반납하고 다시 빌려놓으면 집에 돌아와 바로 읽거나 들을 수 있어 편합니다.
오전 캠프를 선택한 날은 오후가 완전히 달라진다
모든 캠프를 종일반으로 신청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전 9시에 시작해서 12시에 끝나는 캠프를 선택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날은 아이들의 하루가 조금 여유로워집니다.
캠프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수영장에 가기도 하고 Chuck E. Cheese나 볼링장, 영화관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에 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캠프를 신청할 때는 프로그램의 종류뿐 아니라 오전 캠프인지 종일 캠프인지도 우리 가족에게는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었습니다.
종일 캠프는 아이들이 충분히 활동할 수 있고 부모의 낮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오전 캠프는 오후에 가족 일정을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캠프 4주에 여행 1주, 우리 가족의 여름 일정
여름방학 전체를 썸머캠프로 채우지는 않습니다.
보통 약 4주 정도 캠프를 하고 그 사이 한 주 정도는 가족여행을 계획하는 편입니다.
그 시간을 이용해 LA나 타호처럼 당일에 다녀오기 어려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평일에 캠프를 하는 기간에는 멀리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에 캠프가 없는 주를 따로 만들어두는 방식이 우리 가족에게 잘 맞았습니다.
캠프가 있는 주의 주말에는 하루 정도 교외로 나갑니다.
주말은 하루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아침을 먹고 출발해서 저녁까지 보내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샌프란시스코나 산타크루즈, 몬터레이처럼 조금 멀리 나가기도 하고, 크게 움직이고 싶지 않은 주말에는 가까운 실내놀이터나 영화관 등을 이용합니다.
이렇게 하니 한두 달 동안 매일 관광하지 않아도 아이들에게는 캠프, 일상, 주말 나들이, 여행이 적당히 섞인 방학이 됩니다.
겨울방학에는 도서관이 하루의 중심이 된다
겨울에 미국에 오면 여름과 생활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국의 아이들은 겨울방학이지만 이곳에서 학교에 다니는 조카는 학기 중인 경우가 많습니다.
조카가 아침에 학교에 가면 우리 아이들은 아침을 먹고 도서관에 가는 것이 기본 루틴입니다.
도서관에서 직접 읽고 싶은 책을 고르기도 하고 숙제를 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가져간 문제집을 들고 가서 공부할 때도 있습니다.
매일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적으로 항상 계획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피곤한 날도 있고 전날 늦게까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날도 있습니다. 컨디션에 따라 공부량이나 외출 일정을 조절합니다.
여름이 캠프 시간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방학이라면 겨울은 상대적으로 느슨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집에서 쉬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처음에는 문제집을 너무 많이 가져왔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 여름방학에는 저도 욕심이 많았습니다.
한두 달이나 한국을 떠나 있으니 그동안 공부가 밀리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문제집도 많이 챙기고 한글책도 많이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도착한 아이들의 생각은 엄마와 달랐습니다.
"우리는 방학인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미국에 온 것 자체가 방학이고 외가 식구들과 놀고 캠프도 가고 새로운 곳에도 가고 싶은데, 엄마는 한국에서처럼 문제집을 꺼내놓으니 반가울 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방학을 보내면서 저도 가져오는 공부량을 줄였습니다.
지금은 수학 연산, 한 학기 정도 앞선 수학 문제집, 영어 Grammar, Listening, Reading 문제집을 각각 필요한 만큼 챙깁니다.
온라인 Zoom으로 듣는 국어와 사회·과학 수업이 있어서 해당 수업에 필요한 워크북도 가져옵니다.
종이책만 고집하지도 않습니다.
패드를 이용해 밀리의서재 같은 온라인 독서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고 Reading Gate 등을 통해 영어책을 읽기도 합니다.
책과 문제집을 무조건 많이 가져오는 것보다 실제로 할 수 있는 양을 가져오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여러 번의 방학 끝에 알게 됐습니다.
게임도 우리 집 나름의 기준을 만들었다
한두 달을 생활하다 보면 패드 사용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 집에서는 Roblox, CookieRun, Brawl Stars 같은 게임은 현재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바둑이나 체스, 테트리스처럼 우리가 허용한 게임은 패드로 할 수 있습니다.
주말에는 한 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주기도 합니다.
그 시간에는 원하는 영어 영상을 보거나 허용된 패드 게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모든 가정에 맞는 기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나이와 각 가정의 미디어 사용 원칙에 따라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장기간 미국에 있다고 해서 패드 사용 규칙까지 모두 방학 모드로 바꾸기보다는 한국에서 정한 기본적인 기준을 어느 정도 이어가려고 하는 편입니다.

아이들은 시차보다 엄마의 공부 욕심이 더 힘들었다
미국에 올 때마다 시차 적응을 걱정하지만 우리 집에서 가장 적응이 느린 사람은 사실 저입니다.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도착한 다음 날부터 현지 시간에 맞춰 일어나고 먹고 활동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여러 번의 방학을 보내면서 제가 조절해야 했던 것은 시차보다 아이들의 공부에 대한 제 욕심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하던 것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문제집을 많이 가져오면 결국 아이와 실랑이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반대로 공부를 완전히 놓아버리면 한두 달 뒤 한국에 돌아갔을 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완벽하게 유지하는 것보다 최소한의 루틴을 끊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캠프를 다녀온 날에는 한 시간 정도만 집중하고, 컨디션이 좋으면 조금 더 합니다. 겨울에는 도서관을 활용하고 온라인 수업이 있는 날에는 그것을 우선합니다.
아이들이 충분히 놀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방학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엄마가 욕심을 조금 버려야 아이도 엄마도 행복하다는 것을 몇 번의 방학을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미취학 때는 서바이벌, 지금은 정말 많이 편해졌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 미국에서 장기간 지내던 것과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미취학 아이 둘을 데리고 왔을 때는 하루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만으로도 바빴습니다.
먹이고, 씻기고, 낮잠 시간을 맞추고, 밖에 한번 나갔다 돌아오면 하루가 끝났습니다.
그때의 미국 생활은 지금 생각하면 정말 '서바이벌'에 가까웠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캠프에 가면 자기 물건을 챙기고, 책도 스스로 고르고, 해야 할 공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캠프, 겨울에는 도서관이라는 큰 틀만 잡아두어도 한두 달이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갑니다.
여기에 주말 나들이와 중간 여행을 넣으면 굳이 매일 특별한 일정을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처음에는 미국에 있는 동안 아이들에게 무엇을 더 보여주고 무엇을 더 시켜야 할지를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한두 달을 지내는 만큼 여행처럼 꽉 채우기보다 생활할 때는 생활하고, 놀 때는 놀고, 여행할 때는 여행하는 것.
그 정도의 리듬이 지금 우리 가족에게는 가장 잘 맞는 미국 방학 루틴이 되었습니다.
※ 이 글의 썸머캠프 내용은 우리 가족이 방학 중 참여했던 스포츠·놀이·체험 중심의 단기 프로그램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미국 입국 자격과 프로그램 참여 가능 여부는 캠프의 성격과 체류 자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신청 전 해당 프로그램과 미국 정부의 최신 입국·비자 안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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